연극 대본을 책으로 읽어본 적이 별로 없어요.
그래서 처음엔 좀 어색했어요. 근데 더 당황스러웠던 건 내용이었어요. 두 사람이 나무 옆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데, 끝까지 읽어도 그 사람이 안 와요. 그게 다예요.
근데 이상하게 이 책이 왜 명작인지, 다 읽고 나서야 알겠더라고요.

이 책은 어떤 책인가요?
20세기를 대표하는 부조리극으로 꼽히는 희곡이에요. 두 떠돌이가 길가 나무 옆에서 '고도'라는 인물을 기다리는 게 전체 내용이에요. 고도가 누구인지, 왜 기다리는지는 끝까지 설명되지 않아요.
작가는 이 작품에 대한 해석을 끝까지 거부했어요. 누군가 고도가 뭘 의미하느냐고 물었을 때 자신도 알았다면 작품 속에 썼을 거라고 답했을 정도예요.
이런 분께 추천해요
-줄거리보다 여운이 남는 작품을 좋아하는 분
-삶의 의미에 대해 가끔 멍하게 생각해 보는 분
-짧지만 곱씹을 게 많은 책을 원하는 분
-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이야기에 끌리는 분
이 책이 마음에 남는 이유
"아무것도 안 일어나는데 계속 읽히는 게 신기했어요"
보통 이야기는 사건이 일어나고 갈등이 생기고 해결되는 흐름이 있잖아요. 이 작품은 그런 게 없어요. 두 사람이 그냥 대화하고, 기다리고, 똑같은 하루가 반복돼요.
근데 이상하게 지루하지 않았어요. 오히려 이 반복 자체가 뭔가를 말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. 우리 일상도 사실 이렇게 별일 없이 반복되는 날들이 더 많잖아요.
"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슬프게 느껴졌어요"
두 주인공 중 한 명은 어제 일을 기억하고, 다른 한 명은 전혀 기억하지 못해요. 매번 똑같은 상황인데 한 사람만 그게 반복이라는 걸 알아요.
이 설정이 의외로 마음에 남았어요. 누군가는 삶의 반복을 의식하면서 살고, 누군가는 매번 새롭게 그 순간을 맞이해요. 어느 쪽이 더 힘든 걸까, 생각하게 되더라고요.
"고도가 누구인지 끝까지 안 알려주는 게 오히려 좋았어요"
처음엔 답답했어요. 누구를 기다리는지, 왜 기다리는지 좀 알려주면 좋겠는데 끝까지 안 나와요.
근데 다 읽고 나니까 그게 핵심이었다는 걸 알겠더라고요. 고도가 누구인지는 독자 각자가 채우는 거예요. 누군가에겐 희망, 누군가에겐 신, 누군가에겐 그냥 막연한 내일. 이 빈칸이 오히려 이 작품을 오래 남게 만드는 것 같아요.
"기다리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모습이 인간 같았어요"
두 사람은 몇 번이나 그냥 떠나자고 말해요. 근데 결국 떠나지 않아요. 고도를 기다려야 하니까요.
이 장면이 제일 와닿았어요. 답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도 쉽게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게,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본 감정 같았어요. 희망 없는 기다림조차 쉽게 놓지 못하는 게 사람이더라고요.
총평
이 작품은 답을 주지 않아요.
대신 질문을 던져요. 당신은 무엇을 기다리며 살고 있나요. 그 기다림에 끝이 있을까요. 짧은 분량인데 다 읽고 나서 한참 멍하게 앉아 있게 되는 작품이에요.
명쾌한 결말을 좋아하는 분들께는 답답할 수도 있어요. 근데 삶이 원래 그렇게 명확하지 않다는 걸 인정한다면, 이 작품이 왜 명작인지 이해하게 될 거예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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